후손에게물려줄......

[스크랩] 폐백 때 왜 밤과 대추를 던질까?

살목재 2015. 5. 24. 11:17

폐백 때 왜 밤과 대추를 던질까?

 

요즘 혼인식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많이 변했지만 폐백(幣帛)만큼은 크게 바뀌지 않아 전통의 맥이 흐르고 있는 셈이다. 폐백은 새 며느리가 처음으로 시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현구고례(見舅姑禮/며느리가 시부모께 첫 인사 드리는 예절)의식에서 시부모에게 올리는 예물을 뜻한다. 폐백음식은 지방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추 밤 은행 등 열매가 풍성한 견과류를 주재료로 아름답게 차려진다. 이들은 대체로 자손번영, 수명장수, 부귀다남의 의미이며 육포와 닭은 시부모님을 받들고 공경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밤과 대추는 폐백에 뿐만 아니라 제사에서도 빠지지 않는 조율시이(棗栗枾梨/대추,밤,감․곷감,배) 중 하나이다. 대부분 그 뜻을 잘 모르고 지내지만 그 의미와 숨어있는 뜻을 새겨보면 흥미롭다. 폐백을 드릴 때 시부모는 대추와 밤을 던져준다. 대추는 그 씨앗이 단 하나로 왕이 될 만한 훌륭한 후손이 나오라는 염원이다. 한편, 대추는 다산을 의미한다. 다른 과일도 열매가 맺긴 하지만 중간에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대추는 꽃이 피면 모두가 열매가 맺고 다 성숙한다고 전한다. 폐백대추는 혼인을 하였으니 반듯이 대를 이을 자식을 얻으라는 의미와 이처럼 많은 자손이 번성하라는 뜻이 있다.

 

밤은 가시송이 안에 3개 밤톨이 있다. 여기서 3개 밤톨은 3정승을 의미한다. 이왕 얻을 자식 3정승만큼 훌륭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이다. 또한 밤톨의 각 부위에도 뜻이 있다. 밤송이 가시는 내유외강을 상징하고, 껍질의 단단함은 살면서 닥칠 풍파에 견디라는 방어력을 말한다. 껍질속 포근한 털은 부모의 따스한 사랑과 보호를, 속껍질 떫은맛은 살아가면서 맛봐야 할 인생살이를 뜻한다. 속껍질까지 벗겨야 드디어 고소한 밤 맛을 볼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그 의미도 모르고 받았던 폐백대추와 밤을 다시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지난날에 대한 아쉬움이며 나일 먹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감과 배는 무엇인가. 감은 그 씨앗이 6개로 6조판서와 같은 자손의 바람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지만 감은 그 씨를 심어도 감이 달리지 않는 고염나무가 된다. 여기에 좋은 종자를 접붙여야 좋은 감이 나온다. 자식이라고 다 자식이 아니라 고염나무 접붙이 듯 자식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자녀교육의 중요성이다. 다음은 씨앗이 8개인 배 차례이다. 누런 황금빛 배는 그 빛깔에서 부귀를 상징하며 넉넉한 배즙만큼 지혜로운 자손이 번성하고, 8도 관찰사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총명한 자손을 갈망하는 그런 기원이 담겨 있다고 한다.

 

결국 폐백이든 제사음식이든 궁극적으론 훌륭한 자손을 기대하는 어버이 마음이며 기원이다. 제상까지도 음식을 차려놓고 조상의 음덕을 기른다고 정성을 드리지만 결국은 내 자식, 내 자손 번창하고 성공하게 해 달라는 애틋한 기도이다. 한 때는 산아제한이 애국이었으나 이젠 강력한 출산장려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왕 되고 3정승 되는 출세 일변도 기원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와 마음이 풍성한 그런 자녀의 바람이 참 애국이며 사회적 기원이리라.

 

하중호 / 세종대 교수

출처 : 초계중학교 12회 동창회
글쓴이 : 노재호Francisco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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